2개의 읍과 10개의 면으로 구성된 당진군의 5일장으로는 당진장 외에 기지시장, 신평장, 합덕장 등이 있다. 그 중 5일과 10일에 열리는 당진장은 충청남도내에서도 홍성장 다음 가는 규모를 자랑하는 5일장이다. 그렇지만 세월의 변화를 거역할 수는 없어 당진장의 규모 역시 날로 작아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장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읍사무소 맞은편 시장통. 장날에 맞춰 모이는 상인은 4백명을 족히 넘는다.
서산, 예산, 삽교 등지에서까지 모여든 상인들이다. 느릿느릿하면서도 구 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장터 골목골목에 울려퍼지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시골 장날 여 행의 묘미를 배가시켜준다. 푸성귀며 갖가지 반찬거리, 해산물 등을 파는 좌판들을 지나 동쪽 끄트머리쯤에 이르르 면 가축시장이 열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병아리에서부터 토끼, 오리, 장닭, 강아지 등 이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새 주인을 기다린다. 병아리는 한 마리에 2천5백원 가량 하고 토끼는 1만원을 부른다. 가장 비싼 것은 누런 강아지들로 값이 자그마치 10만원을 넘는 다. 강아지를 사려는 사람은 이놈 저놈 목덜미를 만져보며 가장 튼실한 것을 고르려 애 쓰고 장사꾼은 일단 한번 부른 값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기 싫으면 관둬유. 우리가 기를 것이구만유` 하는 식이다. 그 같은 흥정 장면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소를 팔고 사는 우시장은 시장통이 아니라 축협 앞에서 새벽녘에 열린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장터구경은 도시인들에게 흥겹기만 하다. 깎아달라느니, 안 된다느니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이내 덤을 주고받는 것으로 흥정을 마치는 사람들. 어떤 아낙네들은 자기가 가져온 물건들을 얼마나 받아야 할지를 몰라 먼저 자리 잡은 상인에 게 묻기도 한다. 도심의 할인매장 같은 데서야 흥정할 대상도 없고 자기가 필요한 물건 을 고르는 것만으로 끝나지만 당진장에서는 그렇게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서 두를 필요도 없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봄나물 좌판이나 채소좌판이며 길바닥 한 구석 에 가지런히 놓인 잡곡 보따리며 둘러보는 것, 그런 낭만을 당진장에서 꼭 느껴볼 일이 다. 당진의 특산물은 꽈리고추, 사과, 쪽파, 방울토마토, 오이, 느타리 버섯 등. 그러나 가 장 이름난 것은 면천 두견주이다. 면천두견주는 당진 지역의 민속주로서 두견화, 곧 진 달래꽃으로 빚은 술. 신비한 이야기가 따라다니는 약술이다.
고려 초에 개국공신인 복 지겸이라는 사람이 알 수 없는 병을 얻어 면천에 휴양하러 와 있었다. 열두 살 먹은 그 의 딸이 따라왔는데 아버지의 병 구완을 위해 백일기도를 드리다가 신선의 계시를 받게 되었다. 두견화 꽃잎과 찹쌀로 술을 빚되 반드시 안샘의 물로 빚어 백일 후에 마시라는 것이었다. 그대로 하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두견주는 진달래꽃을 말려서 넣 기 때문인지 술 빛깔은 붉지 않지만, 진달래향이 그윽하게 풍겨서 향만 맡아도 은근히 취기가 오른다.
당진군 기지시리에서 619번 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달려가면, 한진나루터에서 길이 끝 난다. 한진나루에 닿기 직전 상록초등학교 정문을 지나자마자 `필경사` 라는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가 자랑하는 유적지이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소 설 `상록수`의 작가 심훈선생의 고향이며 글을 쓰던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필경사는 1934년 봄 심훈선생이 낙향해서 직접 설계하고 지은 건물이며 옆 마당의 시비 는 1996년 한국문인협회가 세운 것이다. 비에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어 생전의 심훈 선생 음성을 듣는 듯하다.